OPIc vs TOEIC Speaking : 영어 말하기 시험 후기

2009. 9. 10. 02:25ETC.


9월입니다. 바야흐로, 대기업들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가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요즘, 기업들이 신입사원 공채의 심사기준으로 내 놓은 것들 중, 예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역시, 영어 말하기 능력 평가가 아닌가 합니다. 결국, 기존 토익 고득점 취업자들의 '꿀먹은 벙어리 입'은 취업응시생들에게 새로운 짐을 더해주었습니다. 어학연수 경험자를 우대하는 풍조가 생겨나더니, 그것도 결국은 실제 영어 말하기 실력과는 크게 연관이 없었던 듯합니다.


현재, 가장 많은 취업 희망자들이 응시하고 있는 영어 말하기 시험은 OPIc과 TOEIC Speaking 입니다.
제 주위에서는 어떤 시험을 쳐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고, 저도 그 차이가 궁금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몇일간 그 두시험을 다 치게 되어, 그 경험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그 어떤 시험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아보거나, 연습하지 않고 들어가서 친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시험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을 경우, 느낀 그대로를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두 시험을 비교해서 적어보았습니다.


OPIc ( Oral Proficiency Interview - computer )

1. 더 잦은 응시가능일, 시간대
  주말에만 응시 가능한 TOEIC Speaking에 비해 훨씬 많은 응시 기회가 있습니다. 시간 또한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어, 응시자를 배려한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오후 7시에도 시험응시가 가능합니다.

2. 정해진 자리
  응시자들에게는 각자 정해진 자리가 있습니다. 시험 전에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정해진 자리가 없는 줄 알고 앉았다가, 급히 밖으로 나가서 자리확인을 하고 나서 다시 제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3. 보다 편안한 분위기
  프로젝터를 이용해, 시험을 진행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합니다. 시험 관리자가 직접 부연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좀더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모니터 상에서 질문을 하는 여성분이 응시자의 답을 열심히 들어주고 호응해주는 척을 합니다. 이것이 우습게 생각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TOEIC Speaking에 비해서는 확실히 말이죠.

4. 정해진 시간, 자유로운 배분
  응시자는 실제 시험시간은 총 40분이며, 총 15개의 질문에 대한 응답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변 시간은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길게 대답하고, 반대의 경우는 짧은 시간을 답변에 할애함으로써, 전체적인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응시자 분들이 사전에 연습을 해보고 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마지막 문제를 딱 듣고 나니, 40분이 모두 지나 답변을 할 수 없었습니다.

5. 난이도 조절 가능
  OPIc이 응시자를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 중의 하나 입니다. 처음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문제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으며, 7,8번 문제 정도에 이르면, 다시 한번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Lv.4에서 시작해서, 문제가 조금 어려웠다면 Lv.3로 낮출 수 있고, 반대라면 더 수준을 높여서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질문자체는 평이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난이도 보다는 전체적인 답변의 수준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습게도, 평소 토론이나 의견 표현 위주로 말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인지, 앞 부분의 간단한 질문, (어제 뭐 먹었니? /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는?) 보다는 후반 문제가 훨씬 답하기 쉬웠습니다.

6. 실제 영어 실력과 관계 높음
  OPIc은 시험 전에 응시자가 체크한 설문조사에 따라, 문제 은행식으로 문제가 출제됩니다. 따라서, 다양한 문제가 나올 수 있으며, 시험 준비를 통한 점수/등급 향상보다는 평소 영어 말하기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나 영어를 자주, 정확한 표현으로 써왔는지에 따라 등급이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평소에 영어로 말할 기회가 많으셨던 분들은 OPIc이 훨씬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OEIC Speaking

1. 제한된 응시기회

  OPIc에 비해서 확연히 응시기회가 적습니다. TOEIC을 비롯해, TOEFL까지 ETS에 돈을 많이 갖다 바친 분들은 반감을 가질 법도 합니다. 올해, 많은 기업들이 갑자기 영어 말하기 시험 결과를 필수로 요구함에 따라, 특별추가 시험을 마련하고, 결과 발표 날짜를 앞당기는 등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OPIc에 비해서, 응시기회는 적기만 합니다. 이번 9월에 많은 분들이 급하게 시험을 접수했고, 많은 불의의 피해자들이 생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응시 자리는 마음대로~
  ETS에서 진행하는 시험치고는 신기하게도 시험 치는 좌석은 응시자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무 자리에 않아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서 본인 인증을 하고 시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3. 줄어드는 답변 시간, 초단위의 압박
  OPIc과 TOEIC Speaking의 총 시험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정도로 비슷하지만, TOEIC Speaking의 실제 시험 시간은 20분 밖에 되질 않습니다. 또한, 초반의 문제는 15초의 답변 준비시간과 20초의 답변 시간(문제마다 다름)이 주어지지만, 후반분의 문제는 별도의 답변 준비시간 없이 바로바로 답변을 시작해야 합니다. OPIc과는 다르게, 아무것도 없는 컴퓨터 화면에 초단위로 내려가는 시계만 있습니다. 처음 치시는 분들은 상당한 압박을 느낌과 동시에, 삭막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실제 시험시간이 20분 밖에 안됨에도 불구하고 TOEIC 시험처럼 준비 및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길어, 역시 ETS! 라고 외치게 됩니다. 시험 유형에 익숙해 지지 않고, 실제로 그 자리에서 직접 답을 생각해서 얘기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4. 유형화된 문제들
  확실히 모든 문제가 유형화 되어 있습니다. 주어진 문장 읽기, 사진보고 설명하기,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정확한 대답하기, 전화 응대하기, 의견내기 등. 영어 말하기 시험이지만, OPIc과는 다르게 시험 공부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점수차가 확연하게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전천후 영어실력을 보고자 하는 OPIc과는 달리, TOEIC Speaking은 확실한 방향성이 있습니다. 이 시험은 확실히,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기업이나 비지니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영어 말하기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ETS 답게 확실하게 모든 문제가 유형이 정해져 있기에, 체감 난이도는 OPIc보다 훨씬 어려웠지만, 단기간에 점수 올리기에는 OPIc보다는 이 시험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Conclusion
  평소 영어를 자주 쓰시거나, 동아리/스터디를 통해서 꾸준히 실력을 쌓아오신 분은 OPIc을, 조금 어려워도 단기간에 유형별로 준비해서 점수를 따고 싶으신 분께는 TOEIC Speaking을 추천합니다.


덧. 본 비교는 두 시험을 각각 한번만 응시하고 정리한 것이라 틀리거나,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두 시험을 염두에 두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께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