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6. 18:53ㆍETC.
올해 2월에 진행했었던 괌 스쿠버다이빙을 이제서야 포스팅합니다.
필리핀 보홀에서 만난 사람들과 의기투합해서 가기로 했던 2015년 겨울의 시밀란 리브어보드(liveaboard)를 사정상 캔슬하고, 거의 1년이 훌쩍 지나 정말 오랜만에 진행한 해외 스쿠버다이빙이었습니다. 그것도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간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나절만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두 탱크만 뛰고 돌아왔습니다. 하와이에 이어 또 다시 아쉬운 물텀벙이었네요. 올해 말에는 예전처럼 길게 한번 다이빙 가고 싶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다이빙하고 싶으면 다이빙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오후에는 해먹에 누워 책 보다 잠들고... 다이빙 마치고는 시원한 망고주스 한잔 원샷! 캬!! 체력이 괜찮다싶으면 나이트 다이빙도 나가고, 출수할때 운좋으면 만날 수 있는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 꿉꿉하면 샤워하고 에어컨 밑에서 맥주 한 잔!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인데도 너무 아득하게 멀게 느껴집니다. 너무 바쁘게 살고 있나봅니다.
괌에도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들이 많지만, 역시나 기대했던 것은 블루홀(the blue hole) 포인트였습니다. 다만 두 번밖에 다이빙 할 시간이 없고, 또 다이빙 포인트는 그날 바다 상태와 다른 전후 사정을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샾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블루홀에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오래 머물면서 다이빙을 하는 방법 밖에는 ^^;; ). 물론 펀다이빙(fun diving)을 신청하면서 블루홀을 주로 가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기는 했지만, 만약 못 가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가끔씩 꼭 가고 싶은 마음에, 혹은 잘 몰라서 떼를 쓰는 다이버들도 있는데, 샾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인기있고 좋은 포인트는 말 안해도 꼭 데리고 가려고 하기 때문에 너무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이빙은 꽤 오랫동안 현지에서 샾을 운영해온 '젠틀리 블루(Gentley Blue)'에서 진행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다녀오고 오랫동안 좋은 평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샾입니다. 사전에 다이빙을 신청하고 괌 호텔에 도착해서는 샾에 전화를 걸어 숙박하고 있는 곳과 방번호를 알려주면서 픽업장소와 시간을 결정하면 끝.
예약이 순조롭게 끝나고 샵오너와 무리없이 의사소통이 되었다면 이렇게 시간맞춰 호텔로 다이버를 잡으러 온다
픽미 픽미 픽미 업!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지만, 워낙에 변덕스러운 괌 날씨인지라 다이빙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고 호텔을 나섭니다. 다만 스콜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오랫동안 퍼붓고 있어서 '블루홀은 이렇게 날아가나요~'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Gently Blue 앞에서 다이빙 나가기 전에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많이 잦아든 비
마지막에 반가운 Jeff의 등이 잠깐 등장
출항이다!!
샾에 도착해서 각종 설명을 듣고 폼(form)을 작성하고 렌탈장비를 다 체크하고 나면, 보트에 승선하기 위해 다시 차를 타고 MDA Dock으로 이동합니다.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하는 동안 잡담도 하고 잠도 자고, 멀미도 하고, 음악도 듣고, 파도도 맞고, 핸드폰도 젖고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보트 위에서 각자 장비를 확인하고 챙겨서 세팅을 합니다. 자기 장비는 자기가 알아서 조립을 다 하고 확인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동남아 쪽에서만 다이빙을 하신 분들은 당장 다른 지역으로 가면 이런 부분이 좀 낯설 수 있습니다.
당일 타고 나간 보트. 젠틀리 블루도 좋았지만, 다음에는 MDA 쪽으로 신청해서 나가볼까 싶다
오늘의 첫 다이빙 포인트는.... 블루홀!
Log #66 The Blue Hole, Guam
ㅇ 다이브타임 38분 18초
ㅇ 최대수심 39.5m
ㅇ 최대수심 수온 28.0 'C
스포츠다이빙 한계수심(40m)을 무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데, 생각보다 너무 깊게 들어갔습니다. 블루홀에 들어가서 빠져나올 때 35-36m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내려갔습니다. 수심 18m 정도가 블루홀 입구인데, 수심계에 제대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괌 블루홀 같은 경우는 블루홀 내부에서 들어온 입구(위쪽)를 올려다 봤을 때 들어오는 푸른 빛이 너무 예쁘다는 후기가 많은데, 저 같은 경우는 잠수를 시작해서 현지마스터를 따라가다가 바다 밑의 구멍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더 짜릿하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약간 흥분되면서 엔돌핀이 솟아나는 느낌? "오...!! 저기에 들어간다는 거지?"
생각보다 블루홀 안에는 볼 게 없었습니다....라기 보다는 입구를 통해 태양빛이 미치는 부분이 아닌 이상, 동굴벽과 천정은 너무 어두워서 수중랜턴 없이는 아무 것도 관찰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결국 블루홀 안에 볼 게 없다기 보다는 제대로 살펴볼 장비가 제게는 없었던 것이죠. 블루홀 내부에 있는 동안, 조용히 주변을 감상하면서 호흡소리가 주는 약간의 고양감을 느꼈습니다. 빛이 닿지 않는 곳이 많고, 워낙 블루홀에 뛰어드는 다른 다이빙팀도 많기 때문에 팀과 버디를 잃어버리는 일만 조심하면 크게 무리없는 다이빙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다이빙을 잘하면 영상을 촬영하고 싶어서, 물 속에서 미숙한 저를 더욱 방해할 영상장비는 구입하지 않았지만, 역시 이제는 영상장비도 좀 구입을 하고 싶네요.(고프로 라던가.. 고프로 라던가.. 고프로 라던가...)
아래 영상은 제가 촬영한 영상이 아닙니다. 제 경험을 조금이나마 전달하고나 유튜브에서 가장 숨소리가 잘 들리는 영상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더 화질 좋은 영상이 많으니, 궁금하신 분은 한번 찾아보세요.
이 날의 두 번째 다이빙은 'Western Shoals'라는 포인트였습니다.
Log #67 Western Shoals
ㅇ 다이브타임 41분 38초
ㅇ 최대수심 16.5m
ㅇ 최대수심 수온 28.0 'C
같이 입수한 어떤 다이버 분이 너무 늦게 본인의 에어잔압을 현지 마스터에게 이야기하셔서, 일행전체가 조금은 조급한 마음으로 출수 했습니다.
이 포인트는 정말 조용하고 물고기나 생물의 낌새가 너무 없어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포인트였습니다. 대신, 끊임없이 넓게 펼쳐진 산호들이 마치 누군가 살다가 오래전 떠나버린 곳의 느낌이 납니다. 괌의 산호들이 많이 죽어가고 있다는데, 그래서 더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포인트가 특히 그랬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큰 규모의 산호 밭이 이리저리 규칙이 있는 듯 없는 듯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누군가가 살다가 오래전 떠나버린 어떤 행성의 물 속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는다면 이런 느낌 일까요.
아래 영상 또한 제가 촬영한 영상이 아닌, 한 유튜버의 영상입니다.
괌 다이빙은 물고기 가득한 바다가 좀 지겨우신 분들께 추천
괌 다이빙을 검색하면 후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시야 밖에는 볼 게 없었다', '한번이면 족한 것 같습니다.' 등의 반응이고, 또 하나는 '나름 분위기가 있어서 좋았다.' 저의 다이빙 소감은 후자 쪽입니다. 확실히 괌 바다가 시야는 정말 좋습니다. 필리핀 보홀도 시야가 정말 좋은 편이지만, 괌은 좀더 부유물 없이 투명하게 맑은 바다인 것 같습니다. 다만, 다이버들이 좋아하는 소위 '대물'이나 볼거리는 확실히 적어서 힘들게 시간내서 오시는 분들은 많이 아쉬워 할 것 같습니다.
처음 다이빙 접해서 예쁜 바다와 물고기에 흠뻑 빠지신 분보다는 다른 바다가 궁금해서 장소 물색하시는 분들께 괜찮은 곳인 것 같습니다.
괌 블루홀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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