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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3일.

북한과 미국이 서로 으르릉거려,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 이 시점에, "This War of Mine"을 플레이 했습니다. 

<디스 워 오브 마인 (This War of Mine)>은 군인이나 영웅의 총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 타격감 따위는 더더욱 중요하지 않은, 전쟁 중에 일반인에게 일어나는 일을 다룬 게임입니다. 전쟁을 다룬 수많은 영화, 만화, 소설, 게임 들이 전쟁의 최전선을 다루고 있지만, 이 게임은 전쟁을 겪는 일반 사람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쟁을 다룬 소설은 아니지만 저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 눈 먼 자들의 도시(Blindness) >가 생각났습니다. 재난 상황에서의 인간의 행동과 번민, 가치관의 혼란.

이 게임은 작년에 "디스이즈게임(This is Game)"의 소개로 처음 알게 되었고,  스팀(steam)으로 플레이 했습니다. PS4로도 잠깐 즐겼지만 제대로 몰입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참고로 PS4는 영문판, 스팀은 한글판을 지원하지만 번역수준은..... 



게임은 세 명의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허름하고 부서진 집에서 시작합니다. 간단한 상황 설명과 함께 게임은 시작됩니다.

우선은 폐허에 가까운 집 안을 뒤지면서, 쓸만한 물건이 무엇이있는지 찾아봅니다.

처음에는 콘크리트 더미를 뒤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나중에 삽을 만들고 나면 좀더 쉬워집니다. 내부 온도도 당분간은 17도 정도를 유지하지만, 나중에는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집 안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로를 만들고, 땔깜을 제때 조달해서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피난처의 온도가 떨어지면 질병에 걸리기 쉽고, 가벼운 질병도 쉽게 낫지 않습니다.

* 여기서 또 안습인 한글화... 좌측 상단에 "최후의 날"이라는 무시무시한 버튼이 있지만, 이건 "End of the day"를 번역해 놓은 것으로 더 이상 할일이 없을 때, 하루를 그냥 마감하는 단추입니다. 즉, '턴 넘김'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런 거슬리는 한글화는 많습니다. 영어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영문판으로 즐기셔도 괜찮습니다. 한글판을 즐기실 때는 이런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플레이 중간 중간에 각 인물들의 "Bio"에서 업데이트 되는 그들의 생각을 따라 가 볼 수 있습니다. 

"난 전쟁같은 건 절대 안 일어날 거라고 믿는 낙관주의자 중 한명이었지. 전쟁같은 건 제 3세계 같은 아주 먼 곳에서나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말이야. 심지어 뉴스가 갈 수록 더 심각한 이야기들을 하는데도 모든 걸 믿지 않고, 나한테 일어날거라곤 생각지 않았었지."  - 브루노 -

브루노의 생각이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생각이 아닐런지. 아무 생각 없이 태어나 열심히 살았는데, 알고보니 태어난 나라가 분단국가이자 휴전국가. 

휴전국임에도 전쟁은 제 3세계에서나 일어날 것 같이 느껴지는 나날들. 전 세계인들은 매번 뉴스로 분쟁지역이라고 느끼는데, 정작 전쟁은 티비 속에서나 있는 젊은 세대. 정말 진지하게 전쟁 시 가족들 간에 어떻게 행동할지 정해놓은 가정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런지 의문입니다.


게임 중에서는 수집한 각종 재료들로 작업대를 비롯해, 다양한 생산시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안락의자가 전쟁을 잠시 잊게 해준다는 설명. 디테일하게도, 이 게임은 책과 음악, 안락의자, 담배, 커피 등이 전쟁으로 인해 팽팽해진 인간의 신경을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전쟁 통에, 담배와 커피를 찾는 게임 속 캐릭터들을 보면, 속이 터져버릴 듯한 답답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최근 육아와 씨름하는 저에게도 커피는 그 자체로도 약간의 여유를 가져다 주니까 말입니다.


이런류의 게임은 선과 악을 다 골라서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대부분은 시키지 않아도 (무려 게임 속인데도!) 선을 행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교육의 결과라고 이야기하고, 혹자는 인간의 본성이 원래 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아무튼 저도 힘든 상황 속에서 최대한 도움을 청한 게임속 캐릭터들을 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게임이긴 합니다만, 저 전장 속에서 어떤 사람이 살지도 모르는 집의 대문을 두드려서 도움을 요청하기가 그리 쉬울까요. 그 자신의 물자가 풍족하다면 절대 먼저 집을 나와, 아직도 저 밖에 존재할지도 모를 선함을 기대하며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최대한 남을 도우며 플레이 하다가, 너무 물자가 모자라서, (혹은 그것이 약탈인 줄 모르고) 전쟁통에도 남을 위해 꾸역꾸역 운영하고 있는 병원을 방문해서 약들을 주워(알고보니 훔쳐) 왔는데, 그 다음부터 주워 온 카티아는 아래 스샷처럼 자신을 책망하고, 다른 두명은 카티아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원망하며, 스스로 절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모습들이 게임에 점점 더 몰입하게 만들며 같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초반에 필요한 물품들을 제때 조달할 수 있어서, 생존한지 16일 째로 접어 들었습니다.

이 게임의 무시무시한 점은, 세이브가 없고 일단 행동을 선택하면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초반에 잘 풀렸을 때, 집에 무장강도가 들지 않도록 유지보수를 했어야 하는데, 더 많은 물건들을 만들려고 욕심을 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무장강도를 막기 위해 보초를 서던, 캐릭터가 의약품이 없이는 사망할 상태에 처했고, 카티아는 의약품을 조달하기 위해서 급하게 남의 물건에 손을 대었다가 격분한 시민의 총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동료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했던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조심조심 플레이한만큼 허무했지만, 그와 동시에 '전쟁시에는 이보다 더 허무한 죽음이 많겠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존자들의 요리를 담당하고 전쟁 중에도 시종일관 담배를 원해서 저를 귀찮게 했던 브루노는 , 카티아가 죽은 다음날, 과다출혈로 사경을 헤매게 됩니다.


그리고 이윽고 사망.


그리고 또한 파블도 치명상으로 사망.


점점 그 강도가 심해지는 무장강도를 연달아 맞고, 순식간에 모두가 전멸해버렸습니다.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이 게임에 엔딩이 있는 건지, 어떻게 끝이 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겨우 17일차에서 전멸했으니까요. 

하지만, 게임이 끝나자 그 동안 내가 플레이 했던 생존자 일행의 모든 행적이 스크롤 됩니다. 처음 남을 도왔던 기억에서 부터, 처음으로 병원을 털고 괴로워 했던 일, 일행이 사정이 힘듬에도 또 다른 사람을 도와주러 나갔던 일 등등... 내가 했던 선택 하나하나를 다시 한번 돌이켜봅니다. 누군가에게는 때려죽일 나쁜 놈이었지만, 전쟁 통에서도 열심히, 선하게 살려고 노력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나왔던 생존자 각자의 스토리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면서 게임은 끝이 납니다.


이 게임을 조금 더 '게임답게' 대한다면, 다양한 강도, 빈집털이 등도 가능합니다. 게임이기 때문이죠. 선함이 아닌, 최고로 이기적인 삶도 추구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플레이하면 얼마나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저의 첫 플레이 후기를 남겨보았습니다.

플레이를 반복하게 되면 지금 느꼈던 복잡미묘한 감정들도 많이 무뎌지겠지만, 전쟁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본없는 전쟁과 도시에 갇힌 전쟁난민들의 생활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This War of Mine. 당신이 겪을 전쟁은 어떤 모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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